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다보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여섯살 이전의 기억은 떠올릴 수가 없는데요. 이것은 단기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장기기억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잘하게 되는 때가 대여섯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. 그전까지는 평생 가지고 갈 기억을 갖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.
그런데, 저 같은 경우는 어렴풋하게나마 태어날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. 초등학교에 다닐 때 꿈을 꾼 적이 있는데요. 제가 살던 집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대문으로 가는 길이 좁고 긴 편이었습니다. 그런데, 꿈에 제가 대문으로 향하고 있었고, 대문이 가까워지자 '아~ 저 문이 열리겠군~' 하는 생각이 들면서 바로 대문이 활짝 열리고 온 몸이 옥죄는 느낌을 받았습니다. 당시에는 귀신꿈이겠거니 했는데 나중에 그게 제가 태어날 당시에 어머니의 산도를 지나면서 느꼈던 경험이 대문으로 가는 기억과 유사하기 때문에 대문에 대한 내용으로 그 경험을 꿈으로 떠올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.
예전에 신해철도 한 토크쇼에서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고요. 정신과의사가 원인모를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태어나던 때까지로 퇴행시켜서 그 당시를 떠올려보게 했더니, 간호사가 자신을 함부로 다뤄서 큰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.
그러고 보면 기억이라는 것은 참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. 모든 감정의 선과 닿아있으면서도 그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이니까요. 그런 면에서 제가 태어날 때의 기억은 제 존재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기도 합니다.
언젠가 기억을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장치가 발명되면 그 당시를 꼭 한 번 보고 싶기도 하네요. 제 아들이 태어나던 것도 지켜봤는데 굉장히 흥분되는 일일 것 같습니다.
애니 매트릭스에 보면 사람의 두개골을 열고 한 쪽을 전기자극하면 울다가 다른 한 쪽을 전기자극하면 마구 우는 장면이 나오죠. 다른 분들이 제 생각을 들으시면 약간 섬뜩하다고 생각 하시겠지만, 전 영혼을 부정하는 입장이며 동시에 사람은 얼마든지 물질적 혹은 물리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.
행복하다는 것은 감정의 한 상태일 뿐이고, 행복해지고 싶다면 안전하다고 증명된 약물을 먹는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.
아마 제가 뇌나 심리학, 천체물리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다보니 이런 성향을 띄게 된 것 같네요. 그래도 저는 이게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. 인간은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지 태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거든요. 인간의 존엄성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탄생한 것일 뿐 우주불변의 진리는 아니라는 말이지요.
언젠가는 마시이 마모루의 "아발론" 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가상현실세계를 직접 체험하게 될 날을 고대하며 전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내도록 하겠습니다.
제가 원래 마음이나 심리학쪽에 관심이 있던 편이었는데, 시간을 낼 수 없어서 (노느라고 -.-) 공부를 많이 못했었습니다. 그러다 Safari 에서 Mind Hacks 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했죠. 제목만으로는 뭔가 마음의 이치(심리)에 다룬 알차고 얇은 책이라는 생각에 차례도 보지 않고 대여를 해버렸습니다 ㅋㅋ. Safari 는 IT전문 온라인 도서대여점이라 기대안하고 있었는데, 정말 횡재했다고 생각했죠.
그런데, 알고 보니 이 책은 심리보다는 현상을 위주로 소개하는 책이었습니다. 물론, 나쁜 책은 아니지만 은근히 실망스럽기도 하더군요.
나중에는 제가 원했던 책에 가까운 Mind Performance Hacks 라는 책이 나와서 그걸 열심히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-.-